이번주 목요일 볼짜노에 있는 현대 예술 박물관 Museion에 다녀왔다. 매주 목요일마다 밤 10시까지 야간개장 + 오후 7시에는 무료 가이드 서비스까지 제공된다. 매번 가야지하고 미루다가 드디어 시간을 내서 다녀왔다. 날씨가 추워지니 자연스럽게 공연이나 전시를 찾게 되는 것 같다.
이번 전시는 여러 현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한 곳에 모인 컬렉션이었다. 컬렉션 제목은 <AMONG THE INVISIBLE JOINS> 주제는 TRANSITION. 파괴, 카오스 같은 불완전함을 다루고, 그 중간에서 정돈되지 않은 상태를 관찰했다. 그리고 그런 상태를 통해 진화하고 성장하는 우리의 내면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.
현대 예술에 무지한 나는 한 컨셉을 무한한 상상력을 이용해 틀을 깨고 표현하는 현대 아티스트들이 참 감탄스러웠다. 가이드 방식도 인상 깊었다. 작품마다 어떤 설명을 해주기보다 관람자들의 감상이나 의견을 묻고 같이 생각해 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. 그러고 나서는 우리가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작품에 숨은 이야기를 설명해주기도 했다.
인상적이었던 작품 중 하나를 얘기해보자면. 한 벽면에 작은 캔버스들이 바둑판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었다. 모두 같은 사이즈의 흰 캔버스 배경에 각각 조금은 다른 빛깔의 하늘색 또는 노란색으로 부분 부분 칠해진 모습이었다. 가까이서 보니 비행기, 빌딩 형상 같은 것들을 빼고 그린 것 같았다. 알고 보니 그 그림들은 9.11이 있던 날의 사진을 모아 하늘만 칠하고, 나머지 모든 것들을 白으로 남겨둔 것이었다. 9.11 생존자들이 그날 하늘이 유난히 예뻤다고 한 말에서 인상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. 트라우마적 사건에서 아름다움만 남기고 지워버린 것. 작품을 설명 없이 보면 9.11이나 사고와는 전혀 무관해 보인다.
첫 작품을 보았을 때는 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제가 조금은 모호하게 느껴졌다. 한 층 한 층 올라가며 다양한 작품들을 경험하며 이 컬렉션이 전하고자 하는 것이 선명해져 갔다. 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여러 작품들이 모여있는 터라, 같은 주제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지 또한 인상 깊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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